2025년 4월 이달의 고전

인생

위화

『광인일기』 & 『인생』

• 공통 키워드: 중국인의 핵심, 인간의 핵심
• 비교 키워드: 봉건제에 대한 비판 VS 혁명기의 사회적 풍파

『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중국의 근간이 되었던 관습과 사고를 비판하고 있다.  광인인 ‘나’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사이에서 ‘식인(食人)’을 발견하고, ‘나’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중국 혁명과 대약진, 문화대혁명의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인생을 통해 보여준다. 두 작품은 온 몸으로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겪는 인간의 생을 통해 삶에 대한 보편적 질문에 다다른다.

위화는 중국어 세계에서는 자신의 다른 작품이 『인생』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생은 물론 죽어서도 이 작품처럼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다시 써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 작품이 이렇게 환영 받은 이유는 ‘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가 흥행한 것이 이 작품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겠지만, 작가 자신이 꼽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면은 그에게 글쓰기 스타일의 전환을 이끌어낸 서술 방식에 있다.
 
『인생』은 액자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는 일을 하다 우연히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푸구이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일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간단한 중국어로’ 서술되어 있다. 그것이 중국어 세계에서 이 작품이 갖는 독보적 위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이 처음 발표된 1993년을 기준으로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대를 살펴보면, 10년 전 노인을 처음 만났을 때가 1980년대이고, 푸구이 이야기는 사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즉 1940년대 중일전쟁부터 문화대혁명 이후까지 중국의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역사가 인물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푸구이는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 나타난 룽얼에게 땅과 집을 모두 빼앗기고 그의 소작농이 되는데, 제2차 국공내전이후 상황은 급반전하여 악덕지주로 몰린 룽얼이 총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또 한편으로 푸구이와 전쟁터에서 인연을 맺었던 현장 춘성은 문화대혁명 시기 자본주의 노선을 따르는 주자파로 몰려 고난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인생 속 인물들의 운명은 당대 특정한 지위나 계급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면서도, 고난을 넘어서는 인간의 고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 Film
「인생」, 장이머우, 1994
133분, 컬러
『인생』을 원작으로 하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중국 현대사의 국공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을 차례로 보여주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는 민중의 삶을 형상화했다.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위화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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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이달의 고전

『광인일기』 & 『인생』

• 공통 키워드: 중국인의 핵심, 인간의 핵심
• 비교 키워드: 봉건제에 대한 비판 VS 혁명기의 사회적 풍파

『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중국의 근간이 되었던 관습과 사고를 비판하고 있다.  광인인 ‘나’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사이에서 ‘식인(食人)’을 발견하고, ‘나’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중국 혁명과 대약진, 문화대혁명의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인생을 통해 보여준다. 두 작품은 온 몸으로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겪는 인간의 생을 통해 삶에 대한 보편적 질문에 다다른다.

위화는 중국어 세계에서는 자신의 다른 작품이 『인생』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생은 물론 죽어서도 이 작품처럼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다시 써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 작품이 이렇게 환영 받은 이유는 ‘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가 흥행한 것이 이 작품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겠지만, 작가 자신이 꼽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면은 그에게 글쓰기 스타일의 전환을 이끌어낸 서술 방식에 있다.
 
『인생』은 액자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는 일을 하다 우연히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푸구이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일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간단한 중국어로’ 서술되어 있다. 그것이 중국어 세계에서 이 작품이 갖는 독보적 위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이 처음 발표된 1993년을 기준으로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대를 살펴보면, 10년 전 노인을 처음 만났을 때가 1980년대이고, 푸구이 이야기는 사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즉 1940년대 중일전쟁부터 문화대혁명 이후까지 중국의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역사가 인물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푸구이는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 나타난 룽얼에게 땅과 집을 모두 빼앗기고 그의 소작농이 되는데, 제2차 국공내전이후 상황은 급반전하여 악덕지주로 몰린 룽얼이 총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또 한편으로 푸구이와 전쟁터에서 인연을 맺었던 현장 춘성은 문화대혁명 시기 자본주의 노선을 따르는 주자파로 몰려 고난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인생 속 인물들의 운명은 당대 특정한 지위나 계급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면서도, 고난을 넘어서는 인간의 고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 Film
「인생」, 장이머우, 1994
133분, 컬러
『인생』을 원작으로 하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중국 현대사의 국공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을 차례로 보여주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는 민중의 삶을 형상화했다.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위화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