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이달의 고전

광인일기

루쉰

『광인일기』 & 『인생』

• 공통 키워드: 중국인의 핵심, 인간의 핵심
• 비교 키워드: 봉건제에 대한 비판 VS 혁명기의 사회적 풍파

『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중국의 근간이 되었던 관습과 사고를 비판하고 있다.  광인인 ‘나’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사이에서 ‘식인(食人)’을 발견하고, ‘나’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중국 혁명과 대약진, 문화대혁명의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인생을 통해 보여준다. 두 작품은 온 몸으로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겪는 인간의 생을 통해 삶에 대한 보편적 질문에 다다른다.

「광인일기」는 작가가 처음 ‘루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작품으로, 1918년 4월에 쓰고 같은해 5월 잡지 신청년(新靑年)을 통해 발표했다. 루쉰은 1923년 8월 첫 번째 소설집 『외침(吶喊)』의 서문을 통해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글을 써보라는 친구의 제안에 당대 중국의 현실을 ‘쇠로 만든 방’에 비유하며 거절하려 하지만, 희망을 말하는 친구의 설득을 통해 작품을 창작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령 말일세,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엔 수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광인일기」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중국의 고문(古文)인 문언(文言)으로 된 짧은 서문과 구어체 문장인 백화(白話)로 된 13절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백화문을 사용한 첫 현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은 화자인 ‘나(余)’가 피해망상증을 앓은 ‘광인’이 쓴 일기를 입수한 경위와, 그것을 정리하여 의학 연구 자료로 제공한다는 사정을 서술한다. 본문인 일기 속에서 ‘광인’인 ‘나(我)’는 사람들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역사책을 뒤지는데,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틈에서 ‘식인’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식인의 역사가 반복되어 왔음을, 자신도 그 역사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루쉰은 1935년 중국신문학대계(中國新文學大系) 소설2집(小說二集)을 펴내면서 그 서문에서 “「광인일기」의 의미는 가족제도와 예교의 폐해를 폭로한데 있다”고 한다. 광인이 바라보는 ‘식인을 하는 자’들은 루쉰이 말한 ‘철방에 누워있는 자’들이나 마찬가지이다. 광인, 혹은 루쉰은 이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친다. 

 식인을 해보지 않은 아이가 혹시 아직도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고골의 광인일기
루쉰은 「광인일기」라는 작품 제목과 작품 형식을 동명의 고골 작품에서 빌려왔다고 밝히고 있다. 고골의 「광인일기」는 출세를 꿈꾸지만 소외와 좌절감 속에서 살아가는 9등관 포프리시친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일기체 형식으로 그린다. 루쉰은 자신의 작품 「광인일기」를 고골의 울분보다는 더 깊고 넓으며, 역시 니체의 초인의 아득함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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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이달의 고전

『광인일기』 & 『인생』

• 공통 키워드: 중국인의 핵심, 인간의 핵심
• 비교 키워드: 봉건제에 대한 비판 VS 혁명기의 사회적 풍파

『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중국의 근간이 되었던 관습과 사고를 비판하고 있다.  광인인 ‘나’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사이에서 ‘식인(食人)’을 발견하고, ‘나’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중국 혁명과 대약진, 문화대혁명의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인생을 통해 보여준다. 두 작품은 온 몸으로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겪는 인간의 생을 통해 삶에 대한 보편적 질문에 다다른다.

「광인일기」는 작가가 처음 ‘루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작품으로, 1918년 4월에 쓰고 같은해 5월 잡지 신청년(新靑年)을 통해 발표했다. 루쉰은 1923년 8월 첫 번째 소설집 『외침(吶喊)』의 서문을 통해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글을 써보라는 친구의 제안에 당대 중국의 현실을 ‘쇠로 만든 방’에 비유하며 거절하려 하지만, 희망을 말하는 친구의 설득을 통해 작품을 창작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령 말일세,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엔 수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광인일기」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중국의 고문(古文)인 문언(文言)으로 된 짧은 서문과 구어체 문장인 백화(白話)로 된 13절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백화문을 사용한 첫 현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은 화자인 ‘나(余)’가 피해망상증을 앓은 ‘광인’이 쓴 일기를 입수한 경위와, 그것을 정리하여 의학 연구 자료로 제공한다는 사정을 서술한다. 본문인 일기 속에서 ‘광인’인 ‘나(我)’는 사람들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역사책을 뒤지는데,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틈에서 ‘식인’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식인의 역사가 반복되어 왔음을, 자신도 그 역사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루쉰은 1935년 중국신문학대계(中國新文學大系) 소설2집(小說二集)을 펴내면서 그 서문에서 “「광인일기」의 의미는 가족제도와 예교의 폐해를 폭로한데 있다”고 한다. 광인이 바라보는 ‘식인을 하는 자’들은 루쉰이 말한 ‘철방에 누워있는 자’들이나 마찬가지이다. 광인, 혹은 루쉰은 이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친다. 

 식인을 해보지 않은 아이가 혹시 아직도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고골의 광인일기
루쉰은 「광인일기」라는 작품 제목과 작품 형식을 동명의 고골 작품에서 빌려왔다고 밝히고 있다. 고골의 「광인일기」는 출세를 꿈꾸지만 소외와 좌절감 속에서 살아가는 9등관 포프리시친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일기체 형식으로 그린다. 루쉰은 자신의 작품 「광인일기」를 고골의 울분보다는 더 깊고 넓으며, 역시 니체의 초인의 아득함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