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 『재능 있는 리플리』
• 공통 키워드: 콤플렉스와 증후군
• 비교 키워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VS 리플리 증후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오이디푸스에서 나왔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가 가진 모순에 집중하여 ‘비극의 전범’을 만들어냈다. ‘리플리아드(The Ripliad)’라고 불리는 리플리 시리즈는 독창적인 살인마 캐릭터 톰 리플리를 창조하여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무엇이 이 범죄소설을 고전으로 만들까? 작가 본인은 『재능 있는 리플리』의 인기 요인을 ‘광적인 문장’과 ‘리플리의 오만방자하고 대담한 성격’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리플리아드(The Ripliad)'로 불리는 리플리 시리즈를 견인하는 힘은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주인공 톰 리플리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톰 리플리는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자신을 키워준 도티 이모에게서 벗어나 뉴욕으로 떠난다. 배우의 꿈이 좌절되고 뉴욕 생활의 불만이 쌓여갈 때쯤 우연히 허버트 그린리프에게 자신의 아들 디키가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고 이탈리아로 향한다. 결국 디키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고 허버트에게 해고를 당한 톰은 디키를 살해하고 그의 신분을 훔친다.
애증과 조바심과 절망이 뒤섞여 미칠 것 같은 감정이 가슴속에서 부글거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디키를 죽이고 싶었다. (중략) 이번 여행 에서 디키를 죽인 다음, 사고였다고 둘러대면 된다. 기발한 생각이 방금 떠올랐다. 내가 디키 그린리프가 되자. 그러면 디키가 하던 걸 내가 다 할 수 있어.
소설과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하는 용어다. 톰은 자신이 디키라고 믿지는 않지만, 디키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그는 톰이면서도 톰이 아니었다. 떳떳하고 자유로웠지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식적으로 조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 시간 내내 의식하며 행동하다 보니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 않았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굳이 긴장을 풀 필요조차 없어졌다.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이를 닦으러 가는 순간부터 톰은 디키가 되었다.
리플리 증후군은 실제로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소재로 사용되었다. 거짓말을 반복하는 인물의 기저에는 강렬한 욕구와 그 욕구를 가로막는 현실의 장벽이 있다. 하이스미스의 전기 작가인 조안 쉔카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자를 도덕적 상대성, 전이 가능한 죄책감, 불안정한 정체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런 범죄 소설의 독자는 대체로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을 갖게 된다. 범죄 행위의 위법함을 알고 범죄자가 처벌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 범죄자에 깊이 공감하여 나도 모르게 그가 붙잡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 톰은 독자의 바람대로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 그리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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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m
「태양은 가득히」, 르네 클레망, 1960
115분, 컬러
당시 거의 무명이었던 알랭 들롱이 톰 리플리 역할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이 영화에 대해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지성적으로 흥미롭다’, ‘알랭 들롱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만족감을 표했으나 소설과는 달라진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대중 도덕에 대한 끔찍한 양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리플리」, 안소니 밍겔라, 1999
139분, 컬러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연출, 각색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톰의 범죄가 들통나는 것으로 각색되는 반면, 「리플리」에서는 톰이 디키에게 느끼는 동성애적인 감정을 살리고, 완전범죄를 위해 계속 살인을 지속하는 등 원작에 가깝게 각색되었다.
+Drama
「리플리: 더 시리즈」, 스티븐 자일리언, 2024
넷플릭스에서 2024년 4월 공개된 미국의 심리 스릴러 드라마. 1950~60년대 누아르 영화들 같이 흑백 화면으로 연출하여 ‘히치콕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톰 리플리의 범죄자적 면모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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