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 『재능 있는 리플리』
• 공통 키워드: 콤플렉스와 증후군
• 비교 키워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VS 리플리 증후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오이디푸스에서 나왔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가 가진 모순에 집중하여 ‘비극의 전범’을 만들어냈다. ‘리플리아드(The Ripliad)’라고 불리는 리플리 시리즈는 독창적인 살인마 캐릭터 톰 리플리를 창조하여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오이디푸스’하면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나 소포클레스의 비극보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왕」을 차용하여 도입한 개념으로, 프로이트는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모든 사내아이의 무의식적 욕망이라고 설명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이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그다지 적절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왕을 자신의 정신분석 현상으로 읽어낸 것처럼 이 작품으로 들어가는 여러 문이 열려있음을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포클레스는 당시 아테네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오이디푸스 신화를 각색하여 비극 작품을 만들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 ‘비극의 본질’을 정립하면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최고의 비극 작품으로 평가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하는 비극의 목적은 공감을 통해 연민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카타르시스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잠시 극장에 앉아 높은 굽의 무대용 신발을 신고 가면을 쓴 배우들과 합창단을 바라보는 아테네 시민이 되어보자.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관객석의 나는 어리석은 오이디푸스를 동정한다. ‘멈춰! 살인자를 찾지마! 차라리 그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오이디푸스 신화가 시공간을 넘어 끊임없이 재생산된 덕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정보의 격차, 극적 아이러니를 현대의 독자인 우리도 아테네의 시민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은가.
「오이디푸스 왕」은 오이디푸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시간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오이디푸스가 테베의 왕이 된 이후의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이디푸스는 탄원자들의 요청을 받아 선왕 라이오스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내려 하는데, 오이디푸스가 수사관이 되어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일종의 범죄수사극, 미스터리 스릴러의 플롯처럼 읽히기도 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진실을 추구하는 자의 이야기이다. 오이디푸스가 제일 먼저 밝혀야 할 진실은 테베에 역병이 돌게 만든 살인 사건의 내막이다. 그는 스핑크스가 낸 문제를 맞춰 인간들 중에 ‘으뜸가는 분’이 된다. 그러나 스핑크스가 낸 문제, 아침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이라는 답을 냈던 오이디푸스도,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극이 진행되면서 오이디푸스는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자신임을 알게 되고,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다. 이 작품 전체가 다루는 것은 어쩌면, 오이디푸스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그로 표상되는 인간 존재 자체에 관한 진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새로 시작하여 다시 어두운 일을 밝히겠다.
+ Film
「Oedipus Rex」, 타이론 거스리, 1957
87분, 컬러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각색하여, 캐나다 스트랫포드 페스티벌의 공연을 촬영했다. 배우들은 타냐 모이세비치(Tanya Moiseiwitch)가 디자인한 가면을 쓰고 연기를 펼치는데, 뛰어난 가면 디자인과 복원된 그리스 비극 연기양식으로 기념비적인 공연이 되었다.
「외디푸스 왕」,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1967
104분, 컬러
파졸리니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각색하여 자신의 영화로 제작했다. 그 중 「오이디푸스 왕」을 각색한 이 작품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 치하의 이탈리아와,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고대 신화세계를 병치시켜 파시스트적인 아버지 세대에 대한 ‘정신분석’을 시도한다.
「장미의 행렬」, 마츠모토 토시오, 1969
105분, 흑백
마츠모토 토시오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오이디푸스 신화의 골격을 충실히 따르는 동시에 ‘게이보이’들의 일상과 60년대 일본의 격동기의 모습을 담아낸다. 스탠리 큐브릭이 <시계태엽 오렌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 작품이다.
「올드 보이」, 박찬욱, 2003
120분, 컬러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의 이름은 오이디푸스를 떠올리게 한다. 근친상간 모티프와 인간의 비극적 운명에 대한 고뇌, 자신의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처럼 혀를 자른 오대수의 모습에서 오이디푸스 왕과의 유사성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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