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이달의 고전

도시와 개들

송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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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함께 읽을 고전>
『도시와 개들』&『만엔 원년의 풋볼』
•키워드: 집단 광기와 폭력


그날 나는 내가 개였을 때 내게 신고식을 치르게 했던 개자식이 내 앞에 있다는 걸 알았어. 

『도시와 개들』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첫 번째 소설이면서 동시에 ‘붐 소설’로 알려진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첫 작품이다. 다시 말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계 문학에 지각변동을 가져온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 소설을 1958년 가을에 마드리드에서 쓰기 시작해서 1961년 파리의 다락방에서 탈고했다. 

페루의 리마에 있는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도시와 개들』은 작가가 1950~1951년 동안 그 학교에서 공부하며 겪었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소설은 ‘왕초그룹’이라고 불리는 비밀 조직의 단원들인 산골 촌놈, 왕뱀, 곱슬머리, 그리고 재규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밤 그들은 모여서 화학 시험지를 훔치기로 계획을 세운다. 보초를 서고 있던 ‘노예’라는 별명의 리카르도 아라나는 ‘산골 촌놈’이라는 별명의 카바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학교 강의실로 가는 것을 본다. 카바는 시험지를 훔치고, 이후 시험지가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발각된다. 그러나 누가 훔쳤는지는 밝히지 못한다.

그러자 그에 대한 처벌로 학교는 생도들에게 전원 외출 금지 명령을 내린다. ‘노예’는 애인 테레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카바가 훔쳤다는 사실을 학교 당국에 고발하고, 카바는 퇴학당한다. 밀고가 있고서 얼마 안 되어, 군사훈련을 받는 도중 노예는 총탄에 맞아 죽는다. ‘시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그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이 재규어라고 밝히지만, 학교 당국은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런 사실을 은폐하기로 한다. 그리고 리카르도 아라나가 자살했다고 발표하면서 그 사태를 수습한다.

군인들은 무엇보다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우리는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만 하네 [……] 완고함은 좋지 않은 동반자라네. 그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가 더 많아.

이 소설에서 ‘개’는 신입생 혹은 하급생들을 가리킨다. 상급생들은 신입생이나 하급생을 개라고 부르며 물건을 빼앗고 때리며 학대한다. 교사인 장교들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동참한다. 한편 ‘도시’는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고등학교가 있는 페루의 수도 리마를 뜻한다. 이렇게 군사고등학교 생도들과 리마의 관계가 암시되어 있다. 군사고등학교는 모든 인종과 사회 계층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며, 불평등, 범죄와 약탈, 허위 고발과 부패, 체념과 남성 우월주의가 판치는 곳이라는 점에서 리마 혹은 페루의 소우주라고 볼 수 있다. 생도들은 주말에 학교를 벗어나면 ‘정상적인’ 사람으로 행동하려고 애쓰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가정과 공동체의 현실은 학교와 같은 사회구조를 재확인하면서, 학교 내에 존재하는 권력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권력으로 인한 폭력 이외에도, 사회적·인종적 편견과 악습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 Film 

「도시와 개들La ciudad y los perros」
프란시스코 롬바르디Francisco Lombardi, 1985년, 135분, 컬러

페루의 유명 시인 호세 와타나베José Watanabe가 각본을 맡았으며, 1985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처음 상영되었다. 같은 해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또한 58회 아카데미 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 부문에 페루 출품작으로 선정되었으나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 Theatre

「도시와 개들La ciudad y los perros」 
에드가르 사바Edgar Saba 연출, 엑스트라무로스 극단(Teatro Extramuros) 제작, 1982, 150분


+ Review

『도시와 개들』 초판본에 실린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의 소설평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바르가스 요사와 마찬가지로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 세대의 핵심 구성원이다. 그와 바르가스 요사는 1958년에 파리에서 처음 만났으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썼지만, 항상 상대방의 작품을 평하면서 아끼지 않고 조언했다. 

 “『도시와 개들』의 한가운데에서 분노한 심장처럼 고동치는 것은 허위성에 대한 고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페루의 현대적 모습에 비극적으로 드리워진 허위성을 고발하는 형식이다. 그것은 남아메리카 전체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고발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지 않았다면, 카타르시스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옥을 끊임없이 목격하는 그의 환각적 경험은 우리 국민이 광장의 기마상 아래 묻힌 심오한 자유를 발견하는 날 구원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 Behind Story

『도시와 개들』은 출간되자마자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이구동성으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페루에서는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다. 이 소설이 스페인에서 중요한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었지만, 당시 레온시오 프라도 학교를 이끌던 군부 지도자들은 명예로운 기관에 먹칠을 하는 소설이라고 여기고는 그 학교의 졸업생과 재학생이 보는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서 이 소설 1,000부를 불태운 것이었다. 그래서 바르가스 요사는 『도시와 개들』을 언급할 때면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은 요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1,000부가 학교 운동장에서 근엄하게 소각되었으며, 여러 장군은 가혹하게 이 작품을 공격했습니다. 그들 중 하나는 이 소설이 ‘타락한 정신’에 의해 써졌다고 말했고, 다른 사람은 더욱 상상력을 발휘해 페루군부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에콰도르가 지원한 소설이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나는 항상 이것이 이 작품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이런 소동 때문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 함께 읽을 고전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이 작품을 쓸 당시 바르가스 요사는 사르트르의 참여문학 개념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르트르의 개념만 수용할 뿐, 그가 제안하는 도식적 문학은 거부했다. 이것은 사회 정의와 미학성, 형식과 내용에 대해 바르가스 요사가 이원적으로 사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삶의 경험은 원재료이며, 상상력을 통해 그 원재료에 형태를 부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그는 이성적으로 구상한 문학 형식을 사용하여 자기를 강박하고 있던 주제(내용)를 드러내고, 객관적이고 예술적인 관점에서 현 상태에 대한 불만족을 표현한다. 사르트르의 『구토』와 바르가스 요사의 이 작품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실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하지만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구토』는 주인공 개인의 경험을 통해 실존의 문제에 접근하면서, 인간 조건과 자유, 그리고 책임감을 다룬다.


+ 함께 읽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대표작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20년
『염소의 축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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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이달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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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함께 읽을 고전>
『도시와 개들』&『만엔 원년의 풋볼』
•키워드: 집단 광기와 폭력


그날 나는 내가 개였을 때 내게 신고식을 치르게 했던 개자식이 내 앞에 있다는 걸 알았어. 

『도시와 개들』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첫 번째 소설이면서 동시에 ‘붐 소설’로 알려진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첫 작품이다. 다시 말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계 문학에 지각변동을 가져온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 소설을 1958년 가을에 마드리드에서 쓰기 시작해서 1961년 파리의 다락방에서 탈고했다. 

페루의 리마에 있는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도시와 개들』은 작가가 1950~1951년 동안 그 학교에서 공부하며 겪었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소설은 ‘왕초그룹’이라고 불리는 비밀 조직의 단원들인 산골 촌놈, 왕뱀, 곱슬머리, 그리고 재규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밤 그들은 모여서 화학 시험지를 훔치기로 계획을 세운다. 보초를 서고 있던 ‘노예’라는 별명의 리카르도 아라나는 ‘산골 촌놈’이라는 별명의 카바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학교 강의실로 가는 것을 본다. 카바는 시험지를 훔치고, 이후 시험지가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발각된다. 그러나 누가 훔쳤는지는 밝히지 못한다.

그러자 그에 대한 처벌로 학교는 생도들에게 전원 외출 금지 명령을 내린다. ‘노예’는 애인 테레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카바가 훔쳤다는 사실을 학교 당국에 고발하고, 카바는 퇴학당한다. 밀고가 있고서 얼마 안 되어, 군사훈련을 받는 도중 노예는 총탄에 맞아 죽는다. ‘시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그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이 재규어라고 밝히지만, 학교 당국은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런 사실을 은폐하기로 한다. 그리고 리카르도 아라나가 자살했다고 발표하면서 그 사태를 수습한다.

군인들은 무엇보다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우리는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만 하네 [……] 완고함은 좋지 않은 동반자라네. 그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가 더 많아.

이 소설에서 ‘개’는 신입생 혹은 하급생들을 가리킨다. 상급생들은 신입생이나 하급생을 개라고 부르며 물건을 빼앗고 때리며 학대한다. 교사인 장교들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동참한다. 한편 ‘도시’는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고등학교가 있는 페루의 수도 리마를 뜻한다. 이렇게 군사고등학교 생도들과 리마의 관계가 암시되어 있다. 군사고등학교는 모든 인종과 사회 계층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며, 불평등, 범죄와 약탈, 허위 고발과 부패, 체념과 남성 우월주의가 판치는 곳이라는 점에서 리마 혹은 페루의 소우주라고 볼 수 있다. 생도들은 주말에 학교를 벗어나면 ‘정상적인’ 사람으로 행동하려고 애쓰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가정과 공동체의 현실은 학교와 같은 사회구조를 재확인하면서, 학교 내에 존재하는 권력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권력으로 인한 폭력 이외에도, 사회적·인종적 편견과 악습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 Film 

「도시와 개들La ciudad y los perros」
프란시스코 롬바르디Francisco Lombardi, 1985년, 135분, 컬러

페루의 유명 시인 호세 와타나베José Watanabe가 각본을 맡았으며, 1985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처음 상영되었다. 같은 해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또한 58회 아카데미 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 부문에 페루 출품작으로 선정되었으나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 Theatre

「도시와 개들La ciudad y los perros」 
에드가르 사바Edgar Saba 연출, 엑스트라무로스 극단(Teatro Extramuros) 제작, 1982, 150분


+ Review

『도시와 개들』 초판본에 실린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의 소설평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바르가스 요사와 마찬가지로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 세대의 핵심 구성원이다. 그와 바르가스 요사는 1958년에 파리에서 처음 만났으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썼지만, 항상 상대방의 작품을 평하면서 아끼지 않고 조언했다. 

 “『도시와 개들』의 한가운데에서 분노한 심장처럼 고동치는 것은 허위성에 대한 고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페루의 현대적 모습에 비극적으로 드리워진 허위성을 고발하는 형식이다. 그것은 남아메리카 전체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고발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지 않았다면, 카타르시스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옥을 끊임없이 목격하는 그의 환각적 경험은 우리 국민이 광장의 기마상 아래 묻힌 심오한 자유를 발견하는 날 구원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 Behind Story

『도시와 개들』은 출간되자마자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이구동성으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페루에서는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다. 이 소설이 스페인에서 중요한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었지만, 당시 레온시오 프라도 학교를 이끌던 군부 지도자들은 명예로운 기관에 먹칠을 하는 소설이라고 여기고는 그 학교의 졸업생과 재학생이 보는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서 이 소설 1,000부를 불태운 것이었다. 그래서 바르가스 요사는 『도시와 개들』을 언급할 때면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은 요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1,000부가 학교 운동장에서 근엄하게 소각되었으며, 여러 장군은 가혹하게 이 작품을 공격했습니다. 그들 중 하나는 이 소설이 ‘타락한 정신’에 의해 써졌다고 말했고, 다른 사람은 더욱 상상력을 발휘해 페루군부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에콰도르가 지원한 소설이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나는 항상 이것이 이 작품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이런 소동 때문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 함께 읽을 고전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이 작품을 쓸 당시 바르가스 요사는 사르트르의 참여문학 개념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르트르의 개념만 수용할 뿐, 그가 제안하는 도식적 문학은 거부했다. 이것은 사회 정의와 미학성, 형식과 내용에 대해 바르가스 요사가 이원적으로 사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삶의 경험은 원재료이며, 상상력을 통해 그 원재료에 형태를 부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그는 이성적으로 구상한 문학 형식을 사용하여 자기를 강박하고 있던 주제(내용)를 드러내고, 객관적이고 예술적인 관점에서 현 상태에 대한 불만족을 표현한다. 사르트르의 『구토』와 바르가스 요사의 이 작품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실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하지만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구토』는 주인공 개인의 경험을 통해 실존의 문제에 접근하면서, 인간 조건과 자유, 그리고 책임감을 다룬다.


+ 함께 읽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대표작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20년
『염소의 축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