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거장과 마르가리타』
• 공통 키워드: 선에 대한 믿음
• 비교 키워드: 죄책감 vs 선과 악의 경계
『죄와 벌』은 전체 6부와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살인, 즉 ‘죄’를 다루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죄’와 ‘벌’은 무엇일까? 러시아어로 ‘죄(преступление)’는 ‘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преступить)에서 파생된 명사다. 이 작품에서 죄란 어떤 경계를 뛰어넘는 행위다.
라스콜니코프는 사람들을 범인과 비범인이라는 두 분류로 나누고, 비범인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 사회의 도덕 기준을 파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상이 살인 행위의 토대가 된다. 라스콜니코프의 거울상처럼 등장하는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자신의 정욕과 쾌락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이다. 악의 세계는 이처럼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 속에서 오빠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두냐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소냐 또한 죄를 짓는 인물이다. 나보코프는 “라스콜니코프의 비인간적이고 멍청한 범죄는 몸을 팔면서 인간 존엄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소녀의 가련한 처지와 전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라스콜니코프와 소냐 사이에 어떤 수사적 고리도 없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어떤 해석을 덧붙이든지,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도덕이라는 경계선을 뛰어넘어 독자에게 죄와 인간 본성, 선과 악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루카치는 도스토옙스키를 위한 서론 격으로 『소설의 이론』을 썼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도스토옙스키를 말하기 위해서 소설에 관해 이야기해야 했다는 뜻이다. 루카치는 문학적 형식 및 역사철학적 연관성과 관련해서, 도스토옙스키(새로운 인간의 고지자(告知者)로서, 새로운 세계의 형상가로서, 새로우면서 오랜 형식의 발견자이자 재발견자로서)가 부각되는 배경을 그리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히고 있다. 『죄와 벌』은 ‘혼의 리얼리즘’ 작가라 불리는 도스토옙스키의 리얼리즘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요컨대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아무런 간극 없이 자기 영혼의 본질을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가졌던 문제(심지어 톨스토이의 문제이기도 한데)가 영혼이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자신을 일별하는 것조차도 방해하는 그런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인 데 반해,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들이 중단하는 곳에서 시작한다. 그는 영혼이 그 고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도되었다. 말하자면, 다른 작가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거의 붙잡히지 않으며 붙잡았다 하더라도 곧 다시 놓치고 마는, 진기한 황홀경의 진기한 순간의 보물이었던 것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에게는 일상적 삶이 되었다. 그러한 발전을 영혼 현실의 관점에서 고찰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수세기간에 걸친 성찰성 이후에 나온 최초의 소박한 작가이다.” (게오르크 루카치, 『소설의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