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달밤』
•공통 키워드: 자연에 빗대어
•비교 키워드: 그리움 vs 연민
이태준의 대표작이자 첫 단편집의 표제이기도 한 『달밤』은 성북동으로 이사온 ‘나’가 ‘황수건’이라는 어리숙한 남자를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황수건은 나에게 순박한 시골의 정취를 돋워 주는 인물이다.
그는 말 몇마디 사괴지 않아서 곧 못난이란 것이 드러났다. 이 못난이는 성북동의 산들보다 물들보다, 조그만 지름길들보다, 더 나에게 성북동이 시골이란 느낌을 풍겨 주었다.
‘나’는 이사를 온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황수건을 만나게 되고, 곧 그에게 닥친 여러가지 일들을 보고 듣게 된다. 삼산 학교의 급사 자리에서 쫓겨나고, 신문 배달원 보조 일도 하지 못하게 되고, ‘나’에게 받은 돈 삼 원으로 시작한 참외 장사도 실패하고, 아내가 도망가고, 포도를 훔쳐 매를 맞는다. 황수건에게 일어난 불행을 그의 어리석음 탓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화자인 ‘나’는 그가 훔쳐온 포도를 ‘은근한 순정의 열매’로 여기며 그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 달빛이 깔린 성북동의 길 위에서 황수건을 마주친다. 황수건이 무안할까 몸을 숨긴 ‘나’의 눈에 평소의 어리석은 황수건이 아닌 고독하고 쓸쓸한 인간의 초상이 비친다.
그는 길은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그 이상은 외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면서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담배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이태준은 무서록에서 단편과 장편(掌篇)에 대해 논하면서 “인물, 행동, 배경이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면 인물에만 치중하고, 행동이면 행동, 배경이면 배경에 강조해서 단일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이 단편의 약속이다.” 면서, 단편은 독자에게 단시간 내에 강조된 일생의 일 단면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그는 소설의 표현을 중시하여, “소설도 다른 모든 예술과 함께 ‘표현’이라는 점”을 주의하여 소설을 읽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술가의 직무는 만들어 보여 줄 뿐, 그는 설명하지 않는다.”라고 한 앙리 마티스의 말이 소설 표현의 영원한 교훈이라는 것이다. 『달밤』은 이러한 이태준의 소설론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