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함께 읽을 고전>
『안나 까레니나』 & 『허클베리 핀의 모험』
•공통 키워드 : 자유를 찾는 자
•비교 키워드 : 서로 다른 자유의 추구 > 관습 or 윤리 VS 제도
어떤 문학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한 귀부인이 불륜을 저지르다 자살하는 이야기'라고 간단히 이야기하고, 어떤 소설가는 '정기적으로 꺼내 읽으며 끊임없이 영감받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자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며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생산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이자 매력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소설의 정점을 찍은 완벽한 작품'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가지지 않는다.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삶과 사랑과 죽음의 모든 유형을 한곳에 담은 이 작품은, 특히 '결혼'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기혼자들에게는 유달리 더 특별히 읽힌다.
고위 관리의 부인이자 자상한 어머니, 생기 넘치는 여인 '안나'는 오빠를 방문하러 모스크바 역에 도착한다. 이때 젊은 백작 브론스키와 조우하고, 둘의 눈빛이 마주친 순간 안나는 자신의 평온한 삶에 찾아온 위험한 사랑을 감지한다. 강렬하게 구애하는 브론스키를 떨쳐내지 못하는 안나의 고민으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한편 안나의 사돈 키티 역시 유능한 쾌남 브론스키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그런 키티 뒤에는 그림자처럼 자리를 지키는 묵직하고 성실한 시골 귀족 레빈이 있다.
불행한 안나 커플과 행복한 레빈 커플을 중심으로 소설 속 제각각의 인간들은 아주 천천히 자신의 죽음을 향해 간다. 그것이 기쁨과 희망을 동반하는 것일지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관점으로 두 커플의 모습을 조망한다면, 그들 삶 곳곳의 음영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제목에 등장하는, 불행한 귀부인 안나? 사랑의 자유를 향한 열정적이고 강인한 생명력의 소유자이자 불륜을 마다하지 않는 안나가 명백히 주인공이지만, 그 뒤에 그녀의 삶의 굴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자이자, 이 소설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숨겨진 주인공은 시골에서 조용히 농지를 돌보는 소박한 귀족 '레빈'이다. 상대적으로 '행복한 커플'을 담당하는 그는 나약한 인간의 고뇌와 좌절을 누구보다 절실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더 나은 사랑을 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빛나는 깨달음의 장본인이다.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인 레빈을 두고 많은 연구자들이 바로 작가 '톨스토이'가 모델이라고 말한다. 소설 속 레빈의 모습과 생각 그리고 모든 행동들은 예술가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비추고 녹여 낸 결과이다. 그 진정성이야말로 이 작품이 여전히 빛나는 가장 근본적인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혹, 당신의 삶에서 '결혼', '사랑', '더 나은 삶', '나만의 자유'라는 키워드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면, 레빈의 이야기는 시대와 인종을 막론하고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강렬한 통찰력을 제시할 것이다.
+Film
창작자들에게도 사랑받는 고전, 『안나 카레니나』는 출간 후 지금까지 20여 차례 넘게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었다. 시대가 흐르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들이 주인공 안나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각색의 과정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해석, 관계 등 차이를 보여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 클라렌스 브라운, 1935
95분, 흑백
1920년 「러브」라는 제목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했던 그레타 가르보가 두 번째로 안나 역을 연기한 영화다. 개봉 당시 대중적인 인기와 비평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레타 가르보의 안나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안나를 해석했다.
「안나 카레니나」, 줄리앙 뒤비비에르, 1948
93분, 흑백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강인한 여성상을 연기했던 비비안 리가 안나 역을 맡았다. 원작의 내용을 간결하게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다른 인물과의 관계보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에 집중한다. 다만 키티, 레빈과 같은 인물과의 관계 묘사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안나 카레니나」, 알렉산드르 자르히, 1967
145분, 컬러
『안나 카레니나』가 태어난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 손꼽히는 명작이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각색되었던 버전에 비해 원작에 더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소설의 속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촬영하였다는 점과 1860년대 러시아의 귀족 사회를 잘 고증한 미술도 눈여겨 볼 만하다. 러시아 고전에 대한 감독 알렉산드르 자르히의 애정은 이후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두운 시기를 다룬 「도스토예프스키의 26일」로 이어졌다.
「안나 카레니나」, 조 라이트, 2012
130분, 컬러
비교적 최근에 『안나 카레니나』를 각색한 영화로, 『오만과 편견』을 영화로 만들어 고전적 정취를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 조 라이트가 감독을 맡았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안나 역을 맡았으며, 촬영과 미쟝센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각색의 과정에서 원작의 매력을 잃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