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이달의 고전

『벤야멘타 하인학교』

로베르트 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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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함께 읽을 고전>

『벤야멘타 하인학교』&『무희』
•공통 키워드 : 소외된 자
•비교 키워드 : 사회로부터의 소외 VS 사랑으로부터의 소외

<하인>은 과거의 직업이다. 사전적 의미는 <남의 집에 매여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 반대항에 해당하는 <주인>과 묶여 다닌다. 다시 말하면, <주인>이 없는 <하인>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제는 사라진 이 직업은 신분제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자본주의의 시작점과 맞물린 시대쯤에 위치한다. 국문으로 번역되며 붙은 제목,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말 그대로 하인을 양성한다. 원제인 『Jakob von Gunten』은 주인공의 이름, 야콥 폰 군텐이다. 

이 소설에서는 거대한 사건도, 페이지를 빠른 속도로 넘어가도록 만드는 드라마틱한 흐름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제목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소설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야콥 폰 군텐이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입학하여 겪은 이야기. 다만, 하인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진다. 소설의 도입부는 이 기대와 호기심조차 꺾어 버리고 시작한다.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없다. 우리들, 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배우는 것이 없는 학교. 모순적이다. 이들이 되고자 하는 하인은 다음 문장에서 정의된다. <미미한 존재.> 하지만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이 소설이 지정된 한 개인, <야콥 폰 군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은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귀족 집안의 후예였으나 집에서 뛰쳐나온 야콥의 시선으로 보는 하인학교 속 생도들과 선생님, 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냉정하고 건조한 그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미미한 존재들이 모인 작은 공동체. 그 안에서도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존재하고, 미약한 갈등도 생겨난다. 끝에 이르러, 학교의 교장인 벤야멘타는 죽음에 맞이하고 야콥 폰 군텐은 그녀가 땅에 묻히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사막으로 향한다. <만약>도 <어떨까>도 없는, <무無>의 세계로.

그래서 우리는 하인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을 덮고 배우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로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
『산책자』라는 제목으로 엮인 책도 있는 로베르트 발저는 자주 그리고 오래 걷는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단순했지만 복잡했다. 로베르트 무질,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에게 극찬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연이어 그의 가족들은 그의 곁을 떠났고, 1차 세계 대전이 부른 단절은 그를 고립으로 내몰았다. 스스로를 <미미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가벼운 산책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걷는 행위까지, 걷기는 그 시기에 그의 전부였다. 그의 마지막도 눈 속의 산책길이었다.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 로베르트 발저

1956년 크리스마스, 눈 속에서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위의 에세이는 그 전에 쓰인 것으로, 마치 예언에 가까워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문장을 빌려 생은 아름다웠다고 긍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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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이달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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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하인학교』&『무희』
•공통 키워드 : 소외된 자
•비교 키워드 : 사회로부터의 소외 VS 사랑으로부터의 소외

<하인>은 과거의 직업이다. 사전적 의미는 <남의 집에 매여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 반대항에 해당하는 <주인>과 묶여 다닌다. 다시 말하면, <주인>이 없는 <하인>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제는 사라진 이 직업은 신분제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자본주의의 시작점과 맞물린 시대쯤에 위치한다. 국문으로 번역되며 붙은 제목,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말 그대로 하인을 양성한다. 원제인 『Jakob von Gunten』은 주인공의 이름, 야콥 폰 군텐이다. 

이 소설에서는 거대한 사건도, 페이지를 빠른 속도로 넘어가도록 만드는 드라마틱한 흐름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제목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소설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야콥 폰 군텐이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입학하여 겪은 이야기. 다만, 하인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진다. 소설의 도입부는 이 기대와 호기심조차 꺾어 버리고 시작한다.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없다. 우리들, 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배우는 것이 없는 학교. 모순적이다. 이들이 되고자 하는 하인은 다음 문장에서 정의된다. <미미한 존재.> 하지만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이 소설이 지정된 한 개인, <야콥 폰 군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은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귀족 집안의 후예였으나 집에서 뛰쳐나온 야콥의 시선으로 보는 하인학교 속 생도들과 선생님, 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냉정하고 건조한 그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미미한 존재들이 모인 작은 공동체. 그 안에서도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존재하고, 미약한 갈등도 생겨난다. 끝에 이르러, 학교의 교장인 벤야멘타는 죽음에 맞이하고 야콥 폰 군텐은 그녀가 땅에 묻히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사막으로 향한다. <만약>도 <어떨까>도 없는, <무無>의 세계로.

그래서 우리는 하인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을 덮고 배우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로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
『산책자』라는 제목으로 엮인 책도 있는 로베르트 발저는 자주 그리고 오래 걷는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단순했지만 복잡했다. 로베르트 무질,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에게 극찬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연이어 그의 가족들은 그의 곁을 떠났고, 1차 세계 대전이 부른 단절은 그를 고립으로 내몰았다. 스스로를 <미미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가벼운 산책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걷는 행위까지, 걷기는 그 시기에 그의 전부였다. 그의 마지막도 눈 속의 산책길이었다.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 로베르트 발저

1956년 크리스마스, 눈 속에서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위의 에세이는 그 전에 쓰인 것으로, 마치 예언에 가까워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문장을 빌려 생은 아름다웠다고 긍정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