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이달의 고전

『소송』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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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추천 고전
『소송』 & 『탁류』 

• 공통 키워드: 희생당하는 자 
• 비교 키워드: 법 VS 돈

은행원 요제프 K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하숙집에서 잠을 자다가 체포된다. 무슨 죄로 기소당했는지, 그를 단죄하는 사람은 누군지, 자신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모른다. K는 체포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죄를 입증하면 금방 해결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K의 머리 위에서 다른 감시원과 눈짓을 교환했다. 대체 이 인간들은 뭐지? 뭘 속달대는 걸까? 대체 어느 기관 소속일까? K는 분명 법치 국가에 살고 있고 어딜 가나 평화로우며 법은 다 잘 지켜지고 있는데, 감히 누가 집에 있는 그에게 달려든단 말인가?  _『소송』, 「체포」 중에서

금방 끝날 듯했던 소송은 끝나지 않아, 결국 변호사를 구한다. 하지만 변호사마저 기다리라는 말뿐 청원서 한 장 제대로 써주지 않는다. K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궁리를 해보지만, 명쾌한 답은 얻을 수 없다. 다만 자신과 같은 처지로 몇 년 동안이나 소송에 매달려 온 사람들에게서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듣는다. 소송은 그의 의식을 거미줄처럼 휘감아 간다. 그리고 곧 K도 다른 소송 당사자들처럼 불안하고 무기력해진다. 

『변신』, 『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카프카 소설 속 인물들은 늘 영문 모를 상황에 무방비로 놓여서 끝없는 노력과 실패를 반복한다. 결국 주인공은 명쾌한 대답을 가지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한다. 카프카는 부조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다층적 구조로 짜고 그 안에서 희생당하는 한 개인을 넣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의 관점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이것이 카프카 소설의 묘미다). 이 작품의 요제프 K는 비몽사몽의 상태 즉 방심한 채 체포당한다. 이때 그를 소송에 말려들게 한 법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절대적이고 상징적인 법이고, 다른 하나는 현세적이고 실정적인 법이다. 그는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내면의 법을 현상적이고 세속적인 방법으로 풀어 내려다 단죄당한다. <잠에서 덜 깬 상태>의 그는 법 권력의 힘에 취해 부정을 저지르는 관련자들이나 아무런 고민 없이 부패한 앞선 자들을 따라가는 감시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이 통째로 저당잡혔는데도, 법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거나 자기 내면의 문제로 끌어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법원 안에서 만나는 여자들을 희롱하며 불쾌함을 해소하고, 또는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일관한다. 

K가 <나는 죄가 없습니다>라고 교도소의 신부에게 강하게 부인했을 때 신부는 이렇게 답한다. <하지만 죄 있는 사람은 늘 그렇게 말하곤 하지요.> 절대적이고 내적인 법을 살면서 추구하고 지켜야 할 어떤 가치로서 읽는다면, 요제프 K는 내면의 가치에 도달하지 못한 채 표면적이고 현상적인 세계의 장벽 앞에서 유한한 인간의 모습으로만 최후를 맞이한 셈이다. 출구 없는 미로 속에서 결국 사라져 버리는 한 남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어떤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며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화두가 된다.

+Max Brod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에는 자주 막스 브로트 Max Brod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작가이자 언론인, 그리고 <카프카의 친구>인 그는 카프카가 남긴 원고의 집행자였다. 카프카가 유언으로 남긴 원고에 대한 집행은 모두 불에 태워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그의 작품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봐왔던 막스 브로트는 유언을 어긴다. 출판사를 찾아 원고들을 출간한 것이다. 「소송」, 「아메리카」, 「성」과 같은 작품들이 무사히 출간되었고, 카프카의 소설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있는 독자의 손에 들어올 수 있었다.

+Film
「소송」, 오손 웰스, 1962
182분, 흑백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자 했던 오손 웰스는 카프카의 『소송Der Proceß』을 읽고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시나리오로 각색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각 장의 배치였다. 카프카 사후에 출간된 원작의 원고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 의해 재배열된 것이었고, 오손 웰스는 이를 한 번 더 재배열하여 카프카의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주인공 요제프 K와 그를 둘러싼 세 인물을 여성으로 등장시켰다. 요제프 K의 역을 맡은 동성애자인 배우가 여성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이용하고자 한 까닭이었다.  요제프 K의 죽음 역시 더 극적으로 연출하여, 카프카가 그린 장면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오손 웰스는 「소송」이 자신이 만든 최고의 영화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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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추천 고전
『소송』 & 『탁류』 

• 공통 키워드: 희생당하는 자 
• 비교 키워드: 법 VS 돈

은행원 요제프 K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하숙집에서 잠을 자다가 체포된다. 무슨 죄로 기소당했는지, 그를 단죄하는 사람은 누군지, 자신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모른다. K는 체포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죄를 입증하면 금방 해결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K의 머리 위에서 다른 감시원과 눈짓을 교환했다. 대체 이 인간들은 뭐지? 뭘 속달대는 걸까? 대체 어느 기관 소속일까? K는 분명 법치 국가에 살고 있고 어딜 가나 평화로우며 법은 다 잘 지켜지고 있는데, 감히 누가 집에 있는 그에게 달려든단 말인가?  _『소송』, 「체포」 중에서

금방 끝날 듯했던 소송은 끝나지 않아, 결국 변호사를 구한다. 하지만 변호사마저 기다리라는 말뿐 청원서 한 장 제대로 써주지 않는다. K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궁리를 해보지만, 명쾌한 답은 얻을 수 없다. 다만 자신과 같은 처지로 몇 년 동안이나 소송에 매달려 온 사람들에게서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듣는다. 소송은 그의 의식을 거미줄처럼 휘감아 간다. 그리고 곧 K도 다른 소송 당사자들처럼 불안하고 무기력해진다. 

『변신』, 『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카프카 소설 속 인물들은 늘 영문 모를 상황에 무방비로 놓여서 끝없는 노력과 실패를 반복한다. 결국 주인공은 명쾌한 대답을 가지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한다. 카프카는 부조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다층적 구조로 짜고 그 안에서 희생당하는 한 개인을 넣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의 관점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이것이 카프카 소설의 묘미다). 이 작품의 요제프 K는 비몽사몽의 상태 즉 방심한 채 체포당한다. 이때 그를 소송에 말려들게 한 법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절대적이고 상징적인 법이고, 다른 하나는 현세적이고 실정적인 법이다. 그는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내면의 법을 현상적이고 세속적인 방법으로 풀어 내려다 단죄당한다. <잠에서 덜 깬 상태>의 그는 법 권력의 힘에 취해 부정을 저지르는 관련자들이나 아무런 고민 없이 부패한 앞선 자들을 따라가는 감시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이 통째로 저당잡혔는데도, 법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거나 자기 내면의 문제로 끌어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법원 안에서 만나는 여자들을 희롱하며 불쾌함을 해소하고, 또는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일관한다. 

K가 <나는 죄가 없습니다>라고 교도소의 신부에게 강하게 부인했을 때 신부는 이렇게 답한다. <하지만 죄 있는 사람은 늘 그렇게 말하곤 하지요.> 절대적이고 내적인 법을 살면서 추구하고 지켜야 할 어떤 가치로서 읽는다면, 요제프 K는 내면의 가치에 도달하지 못한 채 표면적이고 현상적인 세계의 장벽 앞에서 유한한 인간의 모습으로만 최후를 맞이한 셈이다. 출구 없는 미로 속에서 결국 사라져 버리는 한 남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어떤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며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화두가 된다.

+Max Brod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에는 자주 막스 브로트 Max Brod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작가이자 언론인, 그리고 <카프카의 친구>인 그는 카프카가 남긴 원고의 집행자였다. 카프카가 유언으로 남긴 원고에 대한 집행은 모두 불에 태워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그의 작품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봐왔던 막스 브로트는 유언을 어긴다. 출판사를 찾아 원고들을 출간한 것이다. 「소송」, 「아메리카」, 「성」과 같은 작품들이 무사히 출간되었고, 카프카의 소설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있는 독자의 손에 들어올 수 있었다.

+Film
「소송」, 오손 웰스, 1962
182분, 흑백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자 했던 오손 웰스는 카프카의 『소송Der Proceß』을 읽고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시나리오로 각색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각 장의 배치였다. 카프카 사후에 출간된 원작의 원고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 의해 재배열된 것이었고, 오손 웰스는 이를 한 번 더 재배열하여 카프카의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주인공 요제프 K와 그를 둘러싼 세 인물을 여성으로 등장시켰다. 요제프 K의 역을 맡은 동성애자인 배우가 여성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이용하고자 한 까닭이었다.  요제프 K의 죽음 역시 더 극적으로 연출하여, 카프카가 그린 장면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오손 웰스는 「소송」이 자신이 만든 최고의 영화라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