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이달의 고전

『무녀도』

김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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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추천 고전
『무녀도』 & 『이방인』 

• 공통 키워드: 세계와 대립하는 자
• 비교 키워드: 전통과 근대 VS 도덕과 실존

대로변, 빌딩 숲 사이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교회 첨탑과 십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풍경이다. 이런 도시를 거닐 때 가끔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현대 문명의 상징인 교회 첨탑이 솟아오르기 전, 이 땅에 살았던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는 휘몰아치는 근대화의 물결에 밀려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객귀쯤이야 손쉽게 물리치는 경주의 신통한 무당 모화. 모화에게는 큰 절로 공부를 하러 떠난 아들 욱이와 귀가 들리지 않는 딸 낭이가 있었는데, 욱이가 예수교 신자가 되어 돌아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기독교와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은 욱이의 입장에서 모화는 우상숭배나 일삼는 〈사귀〉에 불과하다. 집이 〈도깨비굴〉처럼 낡아 빠진 것도, 낭이의 귀가 들리지 않는 것도 모두 〈사귀〉가 들려서다. 반면 모화에게 있어 아들 욱이는 〈서역 잡귀신〉이다. 〈신령님〉이 보우하는 이 땅에 〈예수 귀신〉이라니, 당치도 않다. 결코 해소될 수 없는 이들의 갈등은 아들 욱이가 모화의 칼에 찔려 죽으면서 파국적으로 마무리된다. 시간이 흘러 경주에도 교회가 들어오고 신자들이 불어나자 모화의 신통력은 예전만 못해진다. 모화의 도움으로 병을 고친 사람들은 이제 모화를 비방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모화는 물에 몸을 던져 죽은 읍내 부잣집 며느리의 넋을 위로해 줄 겸, 낭이의 귀도 틔워 줄 겸, 무교巫敎의 건재함을 알리는 최후의 굿을 준비한다.

과연 마지막 굿은 성공했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모화와 낭이의 행적은 소설 속에서 점차 희미해진다. 이러한 결말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발붙일 장소가 더 이상 이 땅 위에 남아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

「무녀도」는 근대 문명에 대한 전통의 패배를 처연하게 그려 낸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가는 단순히 근대와 전통의 대결 양상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떠나가는 낭이가 남긴 한 폭의 그림 〈무녀도(巫女圖)〉를 통해 밀려난 사람들, 밀려난 전통이 실제로 이 땅 위에 있었음을 증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은 독자들은 빌딩과 교회 첨탑으로 뒤덮인 도시를 거닐며, 퍼즐 조각처럼 흩뿌려진 〈무녀도(巫女圖)〉가 보내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을화乙火」
김동리, 문학사상사, 1978 
김동리가 「무녀도」를 장편 소설로 개작하여 『문학사상』에 발표한 작품. 1982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무녀도」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작중 문제의식의 스케일을 보다 확장하였다. 기독교와 무교의 갈등을 넘어 인간과 신의 대결은 물론, 비극적 상황에 처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Film
「을화」, 심현우 연출·정하연 각본, 1980
120분, 컬러
KBS의 단막극 시리즈 〈TV 문학관〉에서 1980년 12월 18일 방영한 드라마. 김동리의 『을화』를 영상화했지만 줄거리는 대체로 「무녀도」를 따르고 있다. 장미희가 무당인 어머니 역을, 백윤식이 기독교 신자인 아들 역을 연기했다. 1981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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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추천 고전
『무녀도』 & 『이방인』 

• 공통 키워드: 세계와 대립하는 자
• 비교 키워드: 전통과 근대 VS 도덕과 실존

대로변, 빌딩 숲 사이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교회 첨탑과 십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풍경이다. 이런 도시를 거닐 때 가끔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현대 문명의 상징인 교회 첨탑이 솟아오르기 전, 이 땅에 살았던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는 휘몰아치는 근대화의 물결에 밀려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객귀쯤이야 손쉽게 물리치는 경주의 신통한 무당 모화. 모화에게는 큰 절로 공부를 하러 떠난 아들 욱이와 귀가 들리지 않는 딸 낭이가 있었는데, 욱이가 예수교 신자가 되어 돌아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기독교와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은 욱이의 입장에서 모화는 우상숭배나 일삼는 〈사귀〉에 불과하다. 집이 〈도깨비굴〉처럼 낡아 빠진 것도, 낭이의 귀가 들리지 않는 것도 모두 〈사귀〉가 들려서다. 반면 모화에게 있어 아들 욱이는 〈서역 잡귀신〉이다. 〈신령님〉이 보우하는 이 땅에 〈예수 귀신〉이라니, 당치도 않다. 결코 해소될 수 없는 이들의 갈등은 아들 욱이가 모화의 칼에 찔려 죽으면서 파국적으로 마무리된다. 시간이 흘러 경주에도 교회가 들어오고 신자들이 불어나자 모화의 신통력은 예전만 못해진다. 모화의 도움으로 병을 고친 사람들은 이제 모화를 비방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모화는 물에 몸을 던져 죽은 읍내 부잣집 며느리의 넋을 위로해 줄 겸, 낭이의 귀도 틔워 줄 겸, 무교巫敎의 건재함을 알리는 최후의 굿을 준비한다.

과연 마지막 굿은 성공했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모화와 낭이의 행적은 소설 속에서 점차 희미해진다. 이러한 결말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발붙일 장소가 더 이상 이 땅 위에 남아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

「무녀도」는 근대 문명에 대한 전통의 패배를 처연하게 그려 낸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가는 단순히 근대와 전통의 대결 양상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떠나가는 낭이가 남긴 한 폭의 그림 〈무녀도(巫女圖)〉를 통해 밀려난 사람들, 밀려난 전통이 실제로 이 땅 위에 있었음을 증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은 독자들은 빌딩과 교회 첨탑으로 뒤덮인 도시를 거닐며, 퍼즐 조각처럼 흩뿌려진 〈무녀도(巫女圖)〉가 보내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을화乙火」
김동리, 문학사상사, 1978 
김동리가 「무녀도」를 장편 소설로 개작하여 『문학사상』에 발표한 작품. 1982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무녀도」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작중 문제의식의 스케일을 보다 확장하였다. 기독교와 무교의 갈등을 넘어 인간과 신의 대결은 물론, 비극적 상황에 처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Film
「을화」, 심현우 연출·정하연 각본, 1980
120분, 컬러
KBS의 단막극 시리즈 〈TV 문학관〉에서 1980년 12월 18일 방영한 드라마. 김동리의 『을화』를 영상화했지만 줄거리는 대체로 「무녀도」를 따르고 있다. 장미희가 무당인 어머니 역을, 백윤식이 기독교 신자인 아들 역을 연기했다. 1981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