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생활
네 이놈! 프랑켄 슈타인
무엇이 떠오르는가. 녹색얼굴의 괴물이 떠오른다면 나와 비슷한 정도의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 많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어 버린 책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다. 유튜브에서 유난히 프랑켄슈타인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나의 알고리즘에도 파고들었다 생각했는데 역시, 유명한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홍보차 제작되는 영상들도 적지 않은 듯했다. 괴물이 등장하고 그 괴물이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책이었다. 고전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고전에는 지루해서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부류와 가독성이 좋고 이야기에서 시대성이 느껴지지 않는 잘 읽히는 부류의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잘 읽히는 고전에 속했지만 취향적인 측면에서는 수사가 많아서 오히려 집중을 깨기도 했다. 하지만 잘 읽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고전이다. 고전 특유의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문장들도 좋았지만 임팩트는 약한 느낌이었다. 그건 번역가의 능력여부에 따르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크리쳐는 얼마나 흉측하게 생긴 놈이었을까. 그가 아무리 괴물같이 생겼어도 사람은 결국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한번 두 번 보다 보면 그래도 익숙해져 귀여운 부분을 한 군데라도 찾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생각을 바꿔 내가 싫어하는 인상을 가진 사람을 상상해 보자 못생기고 무섭고 그런 형태를 떠나서 취향에 맞지 않다면 증오하기는 더 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에서 공포를 유발하거나 불쾌감을 준다면 결국 그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조차 얻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인간성이나 측은지심 같은 마음도 결국 교육을 통해 길러졌다고 생각한다. 먼 과거의 이야기나 책에서 밝혀지는 당시 인간들의 인간을 향한 냉혹함이나 이기심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자마자 돌보지 않고 시설에 넣어버리는 귀족이나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쉽게 죽이거나 버렸다는 유럽의 이야기들 많은 유명한 철학자나 작가들이 그들의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이야기에서 나는 우리가 가진 좋은 인간성의 부분은 결국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크리쳐는 더 힘들었을 거다. 크리쳐는 동반자를 원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 크리쳐 같은 성격은 동반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애정결핍이 심한 사람들은 스토커가 되기 쉽다. 갈구하던 관심과 사랑이 채워지는 순간 그다음을 욕심내기 마련이고 상대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면 크리쳐는 잔인한 스토커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애초에 너무 격한 결핍은 겪지 않는 게 좋다. 크리쳐의 행복을 향한 추구는 그 방법이 오직 ‘외롭지 않기 위한 동반자’라는 한 가지에 국한되었다는 점도 위험해 보였다. 물론 그에겐 인간사회에서의 교육이 부족하기에 본인이 알고 있는 행복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본인의 행복을 향한 희망을 오로지 빅터에게만 의지해서 얻어내려고 하는 건 안타까운 점이었다. 천천히 공부하고 더 많은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면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을 텐데. 그의 본성의 아름다움을 발할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은 창조자 빅터는 정말 나쁜 놈이다. 책을 읽으며 내내 영화 케빈을 위하여가 떠올랐다. 결국 결여된 애정이 분노를 폭발시키면 괴물이 되는 건 아닐까.
웰컴 키트!!
예쁜 소전독서단 웰컴 키트가 왔어요!! 올해 고전소설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다채로운 사고와 사색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좋은 일 가득하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제임스
고전을 다시 쓴다는것.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제임스는 이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가뿐히 뛰어넘어 독자적인 한 편의 이야기로 우뚝 선다. 재미있고 스릴넘치는 이야기 속에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새겨져있어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
왜 이제야 읽은걸까요
진짜 올해 읽은 책들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흥미로운 서사 예측불허한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들 같은 소설적 재미를 위한 요소는 물론이고 과거랑 현재, 소설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묘하게 이것들이 서로 섞여있는 소설의 구조하며 적절한 은유와 상징들을 활용하는 기법적인 부분과 독자와 사회를 향한 메시지도 그렇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약간은 좀 올드하단 느낌도 드는 러시아 고전들의 그 특유의 긴~ 문체가 저한텐 쬐끔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것도 솔직히 읽을 때 매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서 불만도 아니네요. 암튼 정말..좋습니다. 안 읽으신 분들한테 강추!
달밤 정말 좋은 글이네요
교과서로만 접하다가 이렇게 다 읽는건 처음이었어요 진짜 정말 좋은 글이고 오랜만에 가슴이 뛰어요 제가 같은 한글을 쓰는 사람인게 너무 뿌듯합니다 고전의 참된 맛을 느낀거같아요 매년 다시 읽고싶어졌어요 진짜 두꺼워서 부담됐었는데 이렇게 다 읽을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10월에 딱 어울리는 고전이었던거같아요!!
올해의 마지막은...
10월도 저물어가고 이제 연말이 다가오네요.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한 해를 시작하는 책을 나름 신중히 선택하는 만큼, 올해는 연말에 읽는 책들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놓은 벽돌 책이나 노벨상을 수상한 크라스너호르카이 라슬로의 [헤르쉬트 07769]를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다가 뭔가 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책을 읽어보고 싶기도 해요. 여러분들은 연말에 읽을 책을 계획해 두신 것이 있나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으면 좋은 책, 혹은 읽어보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이태준의 수연산방
오늘 이달의 고전 “달밤”을 다시 읽으러 수연산방에 다녀왔습니다. 상허가 월북 전까지 지냈던 거처인데, 지금은 조카 따님께서 찻집으로 운영하고 계신다고 책 말미에 수연산방 사진과 함께 소개된 걸 보고 바로 찾아갔습니다. 단편 “장마”를 실제 배경인 장소에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차를 다 마신 뒤에는 고즈넉한 성북동의 분위기를 천천히 걸으며 둘러봤는데, 근처에 근대문학관을 비롯해 여러 예술가의 생가도 있어 정말 좋았어요. 문학 산책으로 성북동 한 번 다녀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진이 한장 밖에 안올라가서 아쉬워요...)
다시 참여하고 싶은 콘텐츠
작년 이맘때쯤, 칵테일과 함께하는 탁류 독서회에 다녀왔습니다. 칵테일과 주제 모두 훌륭했지만, 참여 인원이 적어 아쉬움이 남았어요. 평소 휴일에만 소전서림을 방문하다 보니 투바이투 바텐더님의 실력을 살짝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주제인 ‘탁류’에 맞춰 갈수록 점점 더 탁해지는 칵테일과 함께 즐겼던 소설 속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데, 소설 속 술을 직접 맛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다시 생기면 좋겠습니다. (일정 참가비를 받아도 좋을 것 같아요.)
2025 노벨문학상
올해 노벨문학상은 라슬로가 받았네요 소전독서단하고 처음 읽은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으니 괜히 제가 싱숭생숭 ㅋㅋㅋ
나의 읽는 생활 한 장면 - 가장 자주 가는 도서관 소개
여기는 대구에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에요. 원래는 ‘대구중앙도서관’이라는 이름이었는데, 몇 년 전 리뉴얼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어요. 1~2층은 국채보상운동 기록전시관, 3~4층은 도서관 공간이랍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100주년을 맞이한 공공도서관이라 의미도 깊고, 책도 많고 쉴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어서 저도 자주 가는 곳이에요. 책도 볼 수 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도 보실 수 있답니다. 사진이 하나밖에 못 올라가 아쉽네요. 대구에 오실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