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아우라』
•공통 키워드: 사랑과 불멸
•비교 키워드: 불멸의 존재 vs 불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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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단어는 모든 시공간과 심지어 죽음까지도 넘나들며 유령처럼 움직일 때 나 자신이 된다.
푸엔테스는 ‘나 자신을 읽고 쓰기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아우라』의 창작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는 광고를 읽어. 소설을 여는 첫문장에서 지칭하는 ‘너’는 누구인가? 지금 광고를 읽고 있는 펠리페 몬테로? 아니면 이 글을 읽고있는 독자인 나? 프랑스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젊은 역사학자 펠리페 몬테로는 시공간과 죽음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찾게 된다. 독자는 어떤 ‘나’에 가닿게 될까?
여정의 첫 관문에 돈셀레스 거리 815번지, 콘수엘로의 저택이 있다. 이 저택은 『아우라』의 고딕소설적 면모와 멕시코인의 민족정체성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궁전들이 들어섰던 거리는 이제 상점가로 변해있다. 그 거리에 위치한 낡은 저택과 새로 생긴 건물들의 대비는 근대화와 산업화에 대한 반발로 꽃을 피운 고딕소설의 계보를 따르는 동시에, 고대와 식민지 시대, 근대와 탈근대가 뒤섞인 멕시코의 총체적 현실을 잘 보여준다.
콘수엘로의 저택에 방문한 몬테로는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완성하는 일을 맡게된다. 콘수엘로는 몬테로가 이 저택에 머물 것을 강요하는데, 거절하려는 그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 바로 초록빛 눈의 아름다운 소녀 ‘아우라’의 존재다. 몬테로는 아우라가 콘수엘로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허상을 지속시키기 위해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구해내려고 한다. 그는 부엌에서 새끼 양의 목을 자르는 아우라와 허공에서 아우라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노파를 목격하고, 이 저택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아우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산들바람의 여신으로, 이 소설 속 인물은 실체적 존재가 아닌 가벼운 바람, 즉 콘수엘로가 만든 환영이다. 소설 속 아우라는 발터 벤야민이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말한 아우라를 연상시킨다. 작품이 드리운 그늘 아래서, 독자는 유령처럼 움직인다.
아우라란 무엇인가? 그것은 공간과 시간으로 짜인 특이한 직물로서,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의 일회적인 현상이다. 어느 여름날 오후 휴식 상태에 있는 자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지평선의 산맥이나 나뭇가지를 따라갈 때一이것은 우리가 산이나 나뭇가지의 아우라를 숨 쉰다는 뜻이다.